2부. 직장인 MBA 시작하기: 카이스트 PMBA 과정의 장점과 기대효과 1편

 

시작하며

 

직장인 대학원 시리즈의 1부를 썼을 때가 지금으로부터 거의 1년 전이었어요. 글을 쓸 때만 해도 직장인 MBA 과정을 딱 1년 마친 시점이라 지난 1년을 회고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하면 좋겠다 싶어서 3부작으로 구성했었는데, 그 사이에 회사 일도 바쁘고 학교 과제도 바쁘고, 거기에 새 가족이 태어나는 경사가 겹쳐서 어영부영 3부작의 첫 단추만 꿰고 진도를 빼지 못하고 있었네요.

지금은 2학년까지 마치고 이제 마지막 3학년 봄학기 중간고사를 한 주 앞두고 있습니다. 얼떨결에 2년 회고를 하게 된 셈인데, 1학년이 끝났을 때보다 2학년을 마무리하고 난 뒤에 제가 느끼는 성취감과 스스로에 대한 효능감은 더 큰 것 같아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MBA 과정을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누추한 이 블로그까지 타고 타고 들어와 글을 읽고 계시다면 분명 #직장인 대학원, #MBA, #커리어 개발, #자기 전문성 강화 등의 키워드에 매우 관심이 많은 분일텐데, 만약 대학원을 망설이고 있다면 우선 지원부터 하시길 정말 추천드려요. 고민은 합격한 이후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서론을 이쯤에서 줄이고 제가 2년 동안 느꼈던 직장인 MBA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들에 대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글이 길어져서 장점과 아쉬운 점은 나누어 올릴 예정이예요. 저의 글이 여러분만의 구슬알들을 꿰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본문부터는 저의 경험을 더 솔직하게 표현하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려는 목적에서 말투를 변경해서 작성하였습니다.

장점과 기대효과를 정리하다보니 글이 길어져 총 2편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좋았던 점
1️⃣ 깊은 속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는 ‘진짜 친구들’이 생겼다.

2️⃣ 기업 경영(재무, 회계, 인사, 조직)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가 생겼다. 
   (=경영을 큰 그림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생김)

3️⃣ 다양한 산업과 직무에 연결될 수 있는 ‘핫라인(hot-line)’이 생겼다.

4️⃣ 나에 대한 자신감, 자기효능감이 높아졌다. 회사/직무/직책을 벗어나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1️⃣ 깊은 속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는 진짜 친구들이 생겼다.

1학년 과정을 마치고 회고를 하면서, 1년 동안 알게 된 사람 수를 세 본적이 있다. 여기서 ‘알게 된 사람’의 정의는 서로의 근황을 알고, 도움을 요청하거나 궁금한 것을 어려움 없이 물어볼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을 의미한다. 1년을 마치고 났을 때 내가 세었던 숫자는 36명이었다. 회사생활만 했다면 1년에 36명의 친구를 알기란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숫자를 눈으로 보고 나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경이롭다고까지 느꼈다. 12개월로 환산한다면 매달 3명씩을 알아간 셈인데, 매달 3명을 새로 알기 위해선 매주 모임에 나가서 활동하고 연락하고 해야만 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썼을 사회적 에너지가 얼마나 컸을지…아찔하다.

아니 대학원에 간다고 해서 뭐가 그렇게 다르다고? 그냥 소모임 같은거 하나 꾸준히 하는 거랑 뭐가 그렇게 달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대체 뭐가 달랐던 걸까?

 

내가 생각했을 때, 대학원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자신의 일과 미래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고 관심 갖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보니 일반적인 사모임에서는 몇 번 필터링을 해야만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찾게 되는데, 대학원은 입학하고 보니 죄다 그런 사람들만 모여있는 곳이라는 점이 크게 영향을 미친 듯 하다. (오히려 알수록 대단한 사람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러니 지적 호기심과 선망, 그리고 교류가 안 생길수가 없다.)

그런 사람들과 3년 동안 MBA 졸업이라는 공통의 난관을 함께 헤쳐나가는 것이다. 3년이라는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다름 아닌 함께 만난 동료들, 즉 사람을 잘 알고 활용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오리엔테이션 하루만에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이 되고 기회가 되면 자발적으로 어울려 놀았고 친해졌다. 그렇다고 노는 것이 소모적이라는 느낌이 아니었다. (이 부분은 개인차가 클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른 학교의 MBA에 비해 카이스트 PMBA는 술자리 횟수가 적은 편이라 했다. 그리고 나는 기혼자에 아이도 있다보니 모든 모임에 참석하지는 못해서 평균적인 모임 횟수 자체가 다른 원우보다는 적을 것이다.) 매 모임마다 모그룹의 인원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보니 같은 기수의 원우가 많더라도 여러 모임을 돌아가며 한번씩은 마주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특히 우리 기수는 약 80명 정도가 정원이었어서 분반 없이 1학년을 쭉 같이 보낼 수 있었는데, 그 덕을 크게 봤다. 커뮤니케이션이 나뉘지 않고 같은 그룹안에서 계속 이어지다보니 사람을 익히고 파악하는게 수월했다. 원우회도 원우 간 커뮤니케이션과 교류를 늘리기 위해 매달 새로운 멤버로 커피챗을 운영하고 특강을 운영하는 등 노력해 주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물론 아직도 약 80명 원우 중에 말 한번 못 붙여본 사람들이 꽤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강총회, 종강총회, 수업 프로젝트 등으로 마주칠 기회들은 얼마든지 존재해서 사람을 만날 기회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이직이나 회사 안에서의 갈등 혹은 고민이 있을 때, 내 상황에 대해 잘 이해하고 경험이 있는 친구들로부터 유용한 도움이나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다양한 산업/직무/직책 안에서 나와 어떻게든 공통 분모를 가진 사람이 1명은 있기 마련이고, 이 경우 내가 Heads Up 하기만 한다면 기꺼이 내 일인 것마냥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는게 큰 장점이었다.

 

**(여담)**

여담으로 말해보자면 우리 동기들이 우스갯소리로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우리가 이렇게 친해지게 된 결정적 이유는 바로 오리엔테이션에서 돌렸던 ‘로잉머신’ 덕분이라고.

학교에 합격하고 첫 오리엔테이션에서 우리는 양평의 한 호텔에 모여서 1박 2일동안 서로를 익혔다. 그 프로그램 중 하나가 ‘로잉머신’이었는데 처음엔 으잉? 했지만 곧 조별로 승부욕에 심취해 나이, 체면 다 잊고 열심히 로프를 당기고 엉덩방아를 찧었고, 그 결과 사회적 체면으로 꽁꽁 무장된 빗장은 단숨에 허물어져버렸다. 그 후 자연스레 1년 동안 같이 과제를 하며 밤을 새기도 하고, 서로의 회사에 구경가보기도 하고, 커피챗 같은 기회를 통해서 그냥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빈도와 밀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지다보니 우리는 서로 ‘친구’가 되었다. (아직도 책임교수님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로잉머신 프로그램이 사라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곤 한다. ㅎㅎ 물리적인 체육 활동이 신입생들의 단합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특히나 오리엔테이션에서 같은 조였던 사람들과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단체 카톡방을 통해서 서로의 근황을 공유하고 하다보니 어느 집에 애가 몇 명인지, 자녀 계획이 있는지 없는지, 연애에 이상은 없는지, 최근 이직한 친구는 잘 적응하고 있는지와 같이 시시콜콜한 부분까지도 허심탄회하게 알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마치 고등학교, 대학교 때 같이 과제하던 과동기나 동아리 친구처럼 허물없이 연락하고 어떤 주제든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불필요한 간섭이 난무하고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선 극도로 높은 E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라 오해는 마시길. 우리 모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선’을 잘 지키고 있고, 서로 질서있고 배려하며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실로 놀라운 직장인의 사회화된 능력인 듯 하다.)

 



2️⃣ 기업 경영(재무, 회계, 인사, 조직)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가 생겼다.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개인마다 기대치가 다를 것이므로 개인차가 무척 클 것이다. 그러나 나를 포함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직장인 MBA 수업의 퀄리티는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크게 2가지 주요한 이유가 있다.

첫번째로, 직장과 MBA 수업을 병행하다보니 물리적으로 학습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된다. 평일 복습은 사실상 거의 힘들고, 주말에 과제나 시험 준비를 하다보면 중간/기말고사나 최종 보고서를 쳐 내는데 급급하게 준비하기 일쑤다. 그래서 깊이있고 체계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내재화하기 어렵다.

사실 나도 출산 전에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1시간 정도 복습을 하고 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해 보니 밤 10시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11시 정도인데, 씻고 나면 11시 30분 정도인데 수업까지 듣고 온 나에게’보상’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져서 복습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되었다. 정말로 지금까지 복습은 한 3번 정도 해 본 것 같다. 그것도 복습이라기 보다는 수업 시간에 궁금한 점이 생겨서 이건 찾아봐야지 하고 따로 메모했던 것을 찾아본 정도이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칼같이 복습하지 않아도 시험을 치르고 학점을 받는데는 큰 지장을 미치지 않았다.

 

두번째 이유는 MBA를 신청한 사람들은 대부분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굉장히 basic한 경영 수업이 주되다. 특히 통계/재무/회계 같은 수업은 학부에서 관련 수업을 전공했던 원우들 말에 따르면 1학년 전공필수 같은 느낌으로 들어봤던 수업들이었다고 했다. 기업 경영에 필요한 여러 지식들의 기초를 차근차근 쌓아주는 과정의 느낌이므로 엄청 트렌디하거나 심화된 수준의 내용은 아니었다. 그래도 통계, 경제, 재무, 조직 등의 분야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큰 줄기들은 훑어볼 수 있었고 특히 ‘세무전략’이나 ‘재무사례분석’ 같은 수업을 듣고 난 이후에는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수업을 듣기 전에는 뉴스에서 세무나 기업 지분율 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20 ~ 30% 수준으로 이해했다면 수업 이후에는 50% 이상 이해할 수 있고, 모르는 부분은 추가로 찾아볼 수 있는 관심과 흥미가 생겼다. 지적인 기초체력이 생겼기에 추가적인 활동도 해 볼 수 있게 변화한 점이 개인적으로 큰 성취라 느껴졌다.


다음 편에서는 직장인 MBA에 대한 장점과 기대효과 나머지 3, 4번에 대해 이어가겠습니다.

3️⃣ 다양한 산업과 직무에 연결될 수 있는 ‘핫라인(hot-line)’이 생겼다.

4️⃣ 나에 대한 자신감, 자기효능감이 높아졌다. 회사/직무/직책을 벗어나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갈까말까 직장인 대학원 3부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