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 레이어57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20길 57)

향기는 내 멘탈에 걸치는 보이지 않는 갑옷이자 무기
나를 꾸미는 데 관심이 있으나 대놓고 한껏 치장하는 것은 싫어한다. 그래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악세서리로 치장하는 것보다 심플한 룩에 향기로 마무리하여 꾸미는 것을 선호한다. 향기는 남들에게 ‘나는 어떤 분위기의 사람입니다.’ 라고 말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나에게는 ‘오늘 하루 나는 어떤 무드, 마음가짐으로 지낼거야.’라는 다짐으로써의 의미가 크다.
새로운 직장에 첫 출근 하는 날, 나는 내 배우자가 이직할 때 선물했던 향수를 뿌렸다. 우리 둘은 이 향을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별명으로 부르는데, 이 향수는 묵직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나는데, 이 향을 몸에 걸치면 나는 부드럽고 따듯하면서도 견고한 내면을 가진 사람의 마인드셋에 동화되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향기가 만들어내는 고유의 아우라, 분위기는 내 멘탈에 걸치는 보이지 않는 갑옷이자 무기인 셈이다.
그런 내가 우연히 ‘tamburins‘라는 브랜드를 알게 되었을 때, 다른 기성브랜드와 다른 향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몹시도 반가웠다. 첫 구매 경험은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한 손세정제를 살 때였다. 도산공원 근처에 있는 매장에서 구매를 했는데, 신규 회원가입을 하면 3000포인트를 준다고 하였다. 3천 포인트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회원가입은 굉장히 간편했다.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가입 절차의 허들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뭔가 기입해야하는 구구절절한 단계가 없었던 것 같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호로록 가입했고, 그렇게 나는 ‘나는 탬버린즈’를 구매한 이력이 있고 이 브랜드에 관심이 있어요. 하고 자발적으로 이들의 고객 관리 리스트에 퐁당 들어갔다.
그로부터 얼마 후 탬버린즈의 새로운 핸드크림 컬렉션 전시가 있다는 안내 카톡을 받았다. ‘핸드크림 컬렉션을 선보이는 성수동 전시장’이라는 문구가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문구 하나하나 끌리는 워딩들이었다.

- 새로운
- 컬렉션
- 성수동
- 전시장
새로운
남들과 다르게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심을 자극(인싸되고픔)
컬렉션
뭔가 그냥 새로운 게 아니라 더 완성도 있고 디테일한 모둠 행사 느낌
성수동
요새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가 바글바글
(장소만으로 힙함&트렌디함)
전시장
고작 핸드크림 하나 새로 런칭하는데 오프라인 전시장이라니..?
비언어적 요소로 브랜드 체험을 유도한 공간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 비언(Albert Mehrabian)에 따르면 우리는 비언어적 요소를 통해 의미의 93%를 전달한다고 한다. 시각이 55%, 청각이 38%, 그리고 언어가 고작 7%라고 하니 왜 비대면 회의에서 그토록 의견 전달과 이해가 어려웠는지 이해가 간다. 언어는 발화자와 청자의 언어 사용 및 이해 수준에 따라 의미가 소실되는 정도 편차가 매우 크다. 따라서 이를 보조할 수 있는 보조 수단이 매우 중요한데, 브랜드 컨셉이나 특징을 경험시키고 매력을 느끼게 하기 위한 목적의 이번 전시회는 오프라인 전시라는 공간적 특성을 활용해서 비언어적 요소를 잘 활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빨간 컬러가 인상적인 전시장 입구 누에고치를 형상화 한 키네틱 아트 키네틱 아트. 바닥에 놓인 조형물들이 조금씩 움직인다
전시장 공간을 가득 채운 누에고치가 뽕잎 갉아먹는 소리와 템버린즈의 시그니처 향
이번 템버린즈의 컬렉션의 메인 테마는 Cocoon, 즉 누에고치였다. Cocoon Musk 라는 향을 활자로만 접했을 때, 나는 Bodyshop 화이트 머스크(White Musk)향의 보라색을 상상했다. Cocoon이 주는 느낌을 이미지로 상상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Musk 로 연상시켰다.

누에고치를 실제로 보고 자란적이 없는 나로서는 당연한 연상 흐름이었던 것 같다. 다른 전시 관람객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전시회의 첫 섹션인 키네틱 아트*에서는 누에고치를 형상화했고,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는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어린 시절 가족들과 어깨를 부딪히면서 잠자던 작은 단칸방에서 마치 빗소리 같았던 누에가 뽕잎 갉아먹는 소리를 듣던 안락하고 포근했던 느낌을 가장 중점적으로 전달했다.
이어진 미디어 아트에서도 시각적인 표현방법은 달랐지만 여전히 공간은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는 소리로 가득했다. 어둡게 깔린 공간에서 각자 채색한 나방, 누에고치, 애벌레들이 알록달록 아름답게 미디어 월을 수놓는 장면을 보며 혐오 생물로 느껴질 수 있었던 벌레들이 어느새 따뜻하고 포근한 대상으로 여겨졌다.
*키네틱 아트(kinetic art): 작품이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부분을 넣은 예술 작품. 관객이 작품을 움직여 외관을 변화하거나 동력에 의하여 작품 자체가 움직인다.

구매 고객을 사도 고객(apostle consumer)으로 전환시키는 효과적인 수단 ‘전시회‘
사람들이 어떤 브랜드에 호감을 가지게 되거나 제품 혹은 서비스를 구매할 때 가장 신뢰하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지인 추천‘이다. 특히 고관여 상품이거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는 상품은 믿을만한 사람들의 추천이나 후기 정보를 탐색하게 되는데, 이번 전시회에 방문한 사람들 대다수는 친구, 가족, 연인과 함께였다.
*사도고객(apostel consumer): 누군가 보낸 사람, 즉 신이 보낸 사람을 뜻하는 ‘사도‘라는 말이 과장되지 않을 만큼 특정 브랜드에 무한한 신뢰와 충성심을 가지고 있어, 주변에 이 브랜드를 강력하게 전도하는 특성이 있는 고객.

템버린즈라는 브랜드에 대해 호감도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사람들로 인해 전시장에 방문한 사람들은 전시 관람을 권유한 사람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인지하게 되고, 구구절절한 말이 아닌 오감을 통한 경험으로 이 브랜드를 이해하고 자신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 후보에 올려놓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키텍트 아트’와 ‘미디어 아트‘와 같은 전시 구성은 구매고객을 사도 고객으로 자연스럽게 전환시킬 수 있는 세련되고 영리한 구실인 셈이다.
그러나 사전 예약 유도 & 전시장 방문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중요한 보상의 미제공
이로 인한 아쉬움 (+서운함)
“원래는 제공될 예정이었는데, 조기 매진되어 현재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품을 구매하신 분들에 한해 제공됩니다.”
마치 고객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 같이 느껴졌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전예약 방문객들은 사전 예약자에게 제공된다는 샘플 키트를 엄청 기대했을 거다.
템버린즈의 핸드크림 가격이 착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고, 향은 개인 취향을 많이 타기에 본 제품을 사기에 앞서 샘플 테스트를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향을 레이어드해서 나만의 향을 만들어 쓰는 걸 좋아하기에 평소 내가 쓰는 향과 배우자가 쓰는 향과의 조합과 변주를 확인해 보고 싶었는데…
전시회의 가장 마지막 구성인 제품 시연 & 판매 코너에서 들은 대답은 재고 소진으로 인해 지금은 샘플 키트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전시를 방문한 모든 방문자에게 샘플 키트를 준다고 안내했던 카카오톡 문자
전시 당일에는 수량이 없어 받지 못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사전에 이와 관련된 안내는 없었다.
나 외에도 사전예약자에게 제공하는 샘플 키트에 대한 문의는 계속 발생되었다. 사전 예약을 유도하는 문구 중 하나가 ‘전시를 방문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샘플 키트 6종을 선물해 드립니다’ 였기에 당연히 선착순 같은 조건부 제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랬고, 나처럼 샘플 키트는 제공되지 않는 다는 답변을 받은 방문객 모두 기대와 다른 답변에 실망과 언짢음을 느꼈다.
큰 커뮤니케이션 미스였고 브랜드에 대한 마이너스(-)가 생기는 Moment 였다. 전시장을 방문한 로열티 높은 대상에게는 야박하게 굴지 말고 후하게 대접하자! 그래야 이들 스스로 자발적인 브랜드의 전도사가 된다.
오프라인 공간이라면 ‘비언어적‘ 요소를 반드시 삽입하자!
우리 브랜드가 어떠했다라고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총동원해서,
왜인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브랜드 꽤 괜찮은데?
라고 느낄 수 있게 사소한 디테일을 놓치지 말자
향기
소리
조형물
조도
행사 진행 인원의 복장, 태도, 언어 등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제품의 강렬한 색과 향으로 고객을 사로잡는 LUSH.
길을 걷다 가도 LUSH의 향은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사전 예약을 유도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트리거를 활용하라!
단, 이 트리거는 ‘고객과의 중요한 약속‘이다.
반드시 지켜라.
행사장에 방문한 사람들은 다른 기회비용을 포기하고 사전예약/방문(심지어 이 브랜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데리고 와 준) 소중한 사도들이다.
이들을 후하게 대접하라! 이들이 충분히 경험하고 이 경험이 소중하고 특별했다고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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