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도 좋지만 가끔은 둘의 오붓한 시간도 필요하다

결혼을 하고 날마다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되어 ‘빼빼로데이’ 같은 이벤트를 애틋하게 챙기진 않는다.

과자보다 고기나 과일 같은 게 건강에도 더 좋고, 실속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다소 현실적인 이유가 큰데, 올해는 어쩌다 보니 우연히 우리 둘의 퇴근 시간이 맞아서 특별한 날 이벤트처럼 ‘평일 저녁 식사’ 약속을 잡았다.

물론 이를 위해선 사전의 철저한 준비도 필요했다. 남편은 코로나로 인해 재택 근무 중이었고, 재택근무를 하다보면 으레 퇴근 시간이 더 늦어지는 경우도 생겨서 미리 퇴근 시간을 체크해야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우리 집 귀인, 아이를 식사하는 1시간과 이동하는 30분, 도합 1시간 30분 동안 누군가가 봐 줄 수 있는지 여부인데, 친정 엄마 찬스를 썼다. 모든 퍼즐 조각이 제자리에 맞아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나는 집으로 귀가하는 지하철 안에서 평소에 가고 싶었던 집 근처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딩동’

예약완료 문자가 오고서야 안심이 되었고 설렜다.

식당에 먼저 도착한 나는 조용히 빈 좌석을 살폈고, 내가 예약한 자리는 출입구 바로 옆의 창가 쪽 나란한 자리임을 확인했다. 잔잔한 꽃무늬 벽지와 나무 테이블과 레이스, 그리고 따뜻하고 노란 조명.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에서 만났던 어느 소박한 동네 식당이 생각났다. 밖은 추웠지만 문만 열고 들어가면 따끈따끈한 열기와 사람들의 흥겨운 이야깃소리로 가득했던 그런 식당 말이다.

평일 저녁의 약속이 너무 오랜만이라 설레고 기분이 붕 떠서 혼자 고개를 요리조리 갸웃거리며 셀카를 찍고 노는 사이 어느샌가 남편이 왔고 거하고 통 크게 음식을 잔뜩 주문한 뒤 마치 영화 ‘라라랜드(Lala Land)’의 세바스찬과 미아처럼,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의 에밀리와 민디처럼 각자의 하루를 나누며 음식과 대화를 즐겼다.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으로 하루를 마무리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