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마케팅 담당자가 본 ‘Emily in Paris’가 비현실적인 이유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 시즌 1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현재 시즌 2 정주행 완료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에밀리 쿠퍼를 통해 파리의 활기차고 낭만적인 파리의 도시를 보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poster image of Emily in Paris

저는 태어나서 딱 한번 파리에 가 봤어요. 신혼여행 때였죠. 여느 신혼여행객과 다를바 없이 저희도 유명한 장소들을 들러서 마치 ‘인증’하듯이 발도장을 찍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식으로 짧은 3~4일의 시간을 바쁘게 보냈어요. 하지만 그 짧고 정신없는 일정에서도 느낄 수 있었죠. 파리는 아름다운 문화와 역사가 있는 곳이구나. 가로등의 불빛을 반짝거리며 담아내던 반 고흐 그림과도 같던 센강도, 어느 곳에 가도 눈에 보여서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특히나 밤이 되면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듯 수없이 반짝거리는 불빛으로 감싸져서 마치 내가 꿈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 에펠탑도, 나폴레옹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었던 개선문도 모두 아직도 제가 그리워하는 파리의 모습들이에요. 

그랬기에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봐야할 이유가 많은 시리즈였어요.

내가 보았던 파리의 그 장소들을 다시 볼 수 있다.
내가 보지 못했던 파리의 장소들을 볼 수 있다.
내가 만나지 못했던 진짜 파리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외 지사로 발령나서 일하는 건 어떤 느낌일지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그것도 파리에서! 해외 지사로 1년 정도 발령나서 지내보는 것은 제겐 약간 판타지 같은 일이었죠.)

적고 보니 파리, 파리, 파리! 파리이!!!! 였던 이유가 컸네요.


시즌 1을 보면서 에밀리의 좌충우돌 파리 생활기가 유쾌했습니다. 미국인과 프랑스인의 문화적/언어적 차이도 재미있었고, 에밀리의 다양한 패션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죠. 

개인적으론 시즌 1에서 에밀리의 이 드레스가 가장 예뻤어요. 오드리헵번을 오마주했다죠.

게다가 에밀리 파리를 가다가 아니었다면, 파리 사람들의 일에 대한 가치관이나 업무 문화 등을 알 기회가 없었을 거예요. 보통 미국 증권가나 실리콘밸리 등 스타트업에서 잘 나가는 미국식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쓴 자기개발서를 읽어버릇해서 인지 저도 모르게 일을 중시하는 건 ‘당연한거고’ ‘멋진 거’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만약 제가 파리에 발령을 간다면 초반에 일과 삶의 밸런스를 잡는데 굉장히 애를 먹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에밀리 파리를 가다를 보며 이색적이라 느꼈던 장면들]

점심 시간에 야외 테라스에서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식사와 술을 마시는 분위기
출근 시간을 칼같이 9시로 지키지 않는 여유로움 
업무 시간 이후 ‘파티’와 같은 사교적 모임이 많음 (동료들과도 즐김)
근데 그 파티에서 업무적 이야기를 나누면 안됨
주말에 일을 하면 안됨 

주말에 일을 하면 안된다는 규칙의 정도가 ‘에이, 왠만하면 하지마세요~’가 아니라 ‘법적으로 금지’인 내용들도 있어서 문화충격이었어요. (그런데…글을 쓰는 동안 드라마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반응을 보니 사실과 다르게 왜곡해서 표현한 부분들이 많았네요. 점심에 술을 저렇게 자주 많이 마시지 않고, 주말에도 일을 한다고 해요…-_- 드라마 보고 프랑스에 대해 완전 잘못 오해할 뻔 했네요. 파리에 대한 환상을 증대시키기 위한 드라마적 설정이 너무 과한 것 같아요.)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발생하는 가치관의 차이를 보여줬던 인상적인 대화였어요.

하지만 시즌 1을 보면서 파리의 아름다운 모습들에 익숙해질수록 묘한 이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그 이질감은 에밀리가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여 마케팅 업무를 할 때 특히 심했죠. 왜 그럴까? 개인적으로 짚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마땅한 이유를 찾기 어려웠어요. 결국 개인적인 취향의 호불호라 생각했고 별 의식없이 넘겼습니다. 

그런데 시즌2를 보면서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시즌 1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제가 보고 싶었던 파리의 생생한 풍경들이 많았기 때문이었어요. 그 풍경들에 대리만족하며 에밀리의 일 보다는 파리에서의 일상이나 파리에서의 연애, 파리에서의 친구와 같은 생활에 더 관심을 두었고, 에밀리의 일은 진지하게 바라볼 대상이라기 보단 파리에서의 삶을 여행이 아닌 생활로 만들기 위해 곁들인 양념 같은 부수적인 것으로 넘겨버릴 수 있었죠. 

처음으로 이질감을 느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생각해보면, 시카고에 살았던 에밀리가 파리로 이동한 후 인스타그램 계정명을 바꾸고 파리의 전경과 생활을 올린 이후 단기간에 팔로워 수가 거의 인플루언서 수준으로까지 성장하는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인지도가 없는 사람이나 브랜드가 소셜 채널을 생성해서 규모를 키워가는 과정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 시간, 때로는 비용까지도 필요한지 알고 있었기에 비약이 심하다고 느꼈습니다.

시즌1의 1화에 에밀리가 파리의 집에 들어선 뒤

파리에서의 첫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장면.

에밀리의 원래 팔로워 수는 고작 48명 뿐…

그 이후 시즌2를 보면서 ‘아 이건 너무했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현실의 마케팅/홍보 담당자의 일하는 방식과 너무 달랐어요. (에밀리처럼 일해선 프로젝트가 망하기 십상이고, 동료도 상사도 모두 에밀리와 같이 일하기 질색할 거예요.)

픽션은 픽션으로 보고 이해해야 하는데, 그 업을 담당했었고 업의 생태와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서 현실의 소셜/홍보와 다른 부분들이 보일 때마다 혹시나 이 업을 모르는 사람이 소셜 마케팅이라는게 저렇게 쉽고, 간단한 업무라고 오해할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실고증되지 않은 전문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보기 힘들어하는 건가 봐요.)

Rotten Tomatoes 평점을 보면 시즌 1과 2 모두 평론가들은 신선하다는 긍정적인 평을 준 반면, 관객 점수는 낮은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관객들은 시즌 2가 시즌 1에 비해 더 별로라고 생각한 거 같아요. 


그래서 제품 마케팅, 기업 소셜, 기업 브랜딩 업무를 경험해 본 입장에서 에밀리 파리를 가다가 불편했던, 비현실적이라 생각했던 이유들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개인적인 소견이며, 픽션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의 과정들이 생략되어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으니 다른 의견, 혹은 또다른 가설(?)이 있다면 댓글로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봐요!

그래서 왜 뭐가 비현실적이라는건데?

우선 저는 10년 넘는 기간 동안 마케팅, 브랜딩 관련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온/오프라인 이벤트 기획 및 운영부터 보도자료 작성, 대행사 미팅, 소셜 채널 운영, 전략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다뤄봤고, 이 업무들은 편의상 마케팅/브랜딩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공통적인 속성으로 묶어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에밀리는 마케팅 책임으로 간 것이 맞나? 아무리 봐도 실무자인데?

일단 에밀리의 역할과 전문분야에 대한 맥락을 짚어보죠.

에밀리는 거대한 글로벌 마케팅사인 길버트 그룹이 인수한 프랑스 럭셔리 마케팅 회사 사부아르에 프랑스 마케팅 책임자의 역할로 가게 되죠. (원래는 길버트 그룹의 중역인 상사가 가려 했으나, 대신 가게 되었고 어쨌든 길버트 그룹 쪽에서 간 거니 프랑스 마케팅 책임의 역할은 일부라도 가지고 갔다고 봐야 할 거 같아요.)

하지만 시즌 2에서 에밀리의 상사가 프랑스에 오기 전까지 저는 에밀리의 역할이 프랑스 마케팅 책임의 역할이라는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어요. 그럴수 밖에 없는게 시즌 1부터 시즌 2까지 에밀리가 하는 일은 총괄 혹은 책임자 같은 매니저의 역할이라기보단 실무 담당자와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죠. 에밀리의 상사는 실비이고, 실비 밑에서 진행되는 여러 개의 프로젝트 중 하나를 에밀리가 담당해서 진행하는 구조였거든요. 사부아르에서 진행하는 사업 방향을 점검하거나 만들어가는 모습은 저는 기억나지 않네요.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시즌 1의 1편을 보니 거기서 프랑스 마케팅 책임의 자리로 가는거였고 프랑스에서 1년을 보내고 오면 승진을 해준다고 했던 부분이 나오던데 1년 뒤 승진을 담보하는 자리라면 실무만 해서는 안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에밀리의 역할에 대해서도 좀 의구심이 생겼죠.

브랜드, 홍보, 마케팅 뭐든 커뮤니케이션 업무는 팀플레이가 중요하다

1인 사업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1인 사업자도 일을 하는 과정에서 분명 누군가와 함께 하는 접점이 있을 겁니다.) 하나의 일을 여럿이 같이 나눠할 때도 있고, 각자 다른 일을 맡아 하지만 하나의 ‘팀’ 안에서 공동의 규칙을 준수하며 ‘함께’ 합을 맞추죠.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과정을 예로 들어보면, 각각 나눠진 제조 공정에 맞춰 각자의 파트를 담당하면 그 파트의 일이 종합적으로 모여 결국 완전한 제품 하나를 만들어 냅니다.

제품이 아닌 ‘커뮤니케이션’을 최종 결과물로 생산하는 마케팅, 홍보, 브랜딩 부서의 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미지’, ‘의미’, ‘맥락’, ‘뉘앙스’와 같은 좀 더 추상적인 재료들을 가지고 최종 결과물을 만들고, 재료가 추상적이기 때문에 각 공정의 담당자들이 더 기민하게 연결되어 있죠.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부서는 ‘정보와 맥락의 공유’를 중시합니다. 물성을 가진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 안에 깃든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일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지 않으면 제각각의 이미지로 이해하고 오류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고, 이 일이 어떤 맥락 속에서 결정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공유합니다. 나와 다른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동료일지라도 함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은 중요하기에 나의 프로젝트 상황과 이슈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은 분절되고 독립적인 일이라기 보단 시냅스처럼 상호 연관되거든요.

하지만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2에서 본 에밀리는 마치 개인플레이를 하는 듯 합니다. 에밀리의 썸남이였던 피에르 카도의 조카 마티외와 여행을 위해 방문했던 호텔에서 에밀리는 한 남성을 만납니다. 그는 피에르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찍혀있는 여행가방을 보고는 자신은 피에르의 친구라며 자기 인스타그램에 홍보해 주겠다고 하죠. 에밀리는 흔쾌히 수락하지만 알고 보니 이 남성은 피에르와 앙숙이었고, 피에르를 조롱하는 포스팅을 게시합니다. 당연히 회사에서는 난리가 나죠.

이 상황,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만약 실제로 발생했다면 큰 사고입니다.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은 소셜 채널이든, 보도자료든, 어떤 웹페이지에든 포스팅하기 전에 소재와 일자, 포스팅 내용 등을 공유하고 서로 이슈가 없을지 체크합니다. 조직의 규모나 상황에 따라 사전 크로스체크의 프로세스나 뎁스가 다를 순 있겠지만 이번처럼 상사나 동료의 뒷통수를 치는 방식으로 일하도록 두지는 않을 겁니다. 

에밀리의 이런 일하는 방식은 자신의 개인 계정을 마치 마케팅 오피셜 계정처럼 활용하는 모습에서 여러 번 보여집니다. 물론 드라마이기에 대부분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에밀리의 팔로워수도 덩달아 우성장세를 보이지만 만약 실제로 이런 동료가 있다면 조심스레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에밀리님, 이번에 포스팅한 게 잘 되어 정말 다행이예요. 그래도 다 같이 미리 알 수 있도록 사전에 계획을 공유해 주시는게 좋겠어요. 그리고 만약을 위해 개인 계정을 활용하기 보다 공식 계정을 개설하는게 어떨까요?”

커뮤니케이션 업무는 즉흥적이지 않다. 오히려 치밀하고 계획적이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커뮤니케이션 업무의 가장 큰 퀄리티 기준은 ‘신뢰’이고, 클라이언트건 동료건 그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은 정말이지 큰 일입니다. 

요즘에는 한번 잘못 올라간 포스팅이 여기저기 복사되어 퍼 날라지거나, 성지순례 장소가 되기 쉬운데, 정말 세상엔 다양한 이슈도 많고 다양한 생각도 많아서 조심한다고 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슈들이 발발되기도 하거든요. 특히 특정 계층에 대한 비하, 편견, 정치적인 부분 등은 새롭게 생기는 용어도 많고, 일반적인 용어 뒤에 어마어마한 의미나 배경이 있어서 다 알고 있기가 쉽지 않습니다. 안 그래도 운동 부족으로 연약한 담당자들의 몸과 마음이 파사삭- 부서지기 쉬운 때입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업무하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커뮤니케이션은 리스크를 피하는 것도 업무의 주요 목표입니다. (의도한 반응을 크게 만들고, 피하고 싶은 반응은 최소화 하는 것)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명명된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게 진짜 의도한 노이즈인지, 아니면 담당자도 모르는 새 ‘어그로’를 끈 것인지는 글쎄요… 개인의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노이즈 마케팅은 좋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입니다.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가 초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할테지만, 그게 긍정적인 경험과 이미지로까지 잘 연결되기 쉽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치밀하게 분석하고 계획해서 준비합니다. 포스팅 소재에 대한 고민도, 소재가 정해졌다면 이걸 어떤 문구로 소개해야 할지, 어떤 이모티콘을 넣을까? 줄 바꿈을 하는게 좋을까? 줄 길이가 길어지면 <더보기> 버튼이 생길텐데 그러면 가독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해시태그는 뭘 달아야 센스있으면서도 덜 의도적으로 보일까? 수 많은 질문 리스트를 가지고 소셜 담당자는 여러 버전의 테스트 시안을 올리고 살펴보며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만약 즉흥적인 것 같은데 굉장히 시의성있고 사람들의 반응도 좋은 커뮤니케이션 사례를 발견하셨다면, 그건 정말 잘 분석하고 계획해서 준비한 커뮤니케이션일거예요. 한 두번이야 소가 뒷걸음질치다 쥐 잡은 격으로 대박을 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업계에서 그런 행운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않는 직업 윤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하기 어렵다. 

이건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극적인 효과를 위해 삽입한 설정들 전반에 대한 의견인데요,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일하는 부분들을 볼 때마다 ‘저게 말이 돼?’ 라며 극심한 몰입감 저하를 경험하곤 합니다.

이번 시즌 2에서는 실비가 유독 눈에 거슬렸는데요, 그 동안 시즌 1, 2를 통해서 봤던 실비는 즉흥적이고 감정적이기 보다 기업의 총 운영자답게 기업에 도움이 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랬던 실비가 자신을 좋아하는 아마추어 사진사와 썸을 타면서 큰 프로젝트의 사진 업무를 담당자와 상의해 보지도 않고, 직원들의 동의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는 모습에서 큰 배반감(?)을 느꼈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실비가 시즌 2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정말이지 실망스러웠어요.

생각해보세요, 내가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주요 파트를 저와 한 마디 의사결정도 없이 나의 상사가 자신의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외주 업체에게 멋대로 맡기고 그걸 담당자인 저에게 통보한다니요. 요즘 같은 세상에서 이건 명백한 징계 사유입니다. 

나중가서는 미국에서 온 에밀리의 상사가 사부아르의 비합리적인 부분에 대해 파헤치고 지적하는 부분이 얄밉기보다 ‘그래, 그렇지! 잘한다!! 좀 더 조목 조목 파헤쳐봐!’ 라며 속으로 응원을 하게 되더라구요.

브랜드/홍보/마케팅 뭐든 커뮤케이션에는 팀플레이가 중요하다

즉흥적이지 않다. 오히려 치밀하고 계획적이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않는 직업 윤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는 함께 일하기 어렵다. 

비현실적이 이유에 대해 장황하게 글을 썼지만 결국 욕하면서 보긴 다 보았고, 시즌2도 시즌3을 암시하며 끝난만큼 시즌3이 다시 시작되면 팔짱끼고 다리꼬고 노려볼지언정 다시 보긴 할 것 같습니다. 조금씩 스토리가 지루해지긴 하지만 그래도 파리에서의 일과 삶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갈 것 같아 어떻게 정돈되는지 지켜보고 싶어서요. 

그리고 드라마를 둘러싸고 다시금 제가 몰랐던 프랑스의 문화나 왜곡되어 표현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구요. 모쪼록 시즌3에서는 너무 금사빠처럼 묘사된 에밀리가 일과 사랑 모두에서 밸런스를 잘 잡기를 바랍니다. 시즌1에서의 당찬 에밀리는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캐릭터였으니까요!